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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지 않은 공부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스스로 공부해본 적 없는 학생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자기주도적 학습에 익숙한 학생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리적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지방도시인 진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해 전주 상산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늘 전교1, 2등을 해왔던 저는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 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기숙사 방에 들어간 순간 저는 제가 오만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룸메이트의 책장에는 몇 번을 읽었는지 다 닳아버린 <수학의 정석>과 여러 문제집들이 쭉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수학의 정석>이 뭔지도 잘 몰랐던 저와 달리, 그 친구는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벌써 몇 번씩이나 책을 읽고 선행학습을 해왔던 것입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고등학교에 오기 전, 매일 12시까지 학원에 다녔다고 했습니다. 학교수업 외에는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던 저로서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지진 않을까, 더럭 겁이 났습니다.
 
    예상대로 처음엔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선행학습을 해온 학생들에 맞추어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내신 성적도 충격적으로 낮게 나왔습니다. 자신감을 잃고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후 상황은 변했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친구들은 자율학습시간 동안 혼자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주말에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그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니 무엇을 해야할 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저는 평소에 해오던 대로 성적의 목표를 세우고 학습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부족한 과목인 수학은 평소에 계속 공부하고, 자신 있는 과목인 국어와 영어는 시험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2학년 때는 내신 성적이 급격히 올라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세운 결과였습니다. 이는 평소에 독립적으로 공부해온 습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역할은 고기를 잡아서 학생의 입에 떠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고 해도, 모든 상황에서 학생에게 고기를 잡아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기를 떠먹여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 방법을 깨닫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주입식으로 내용을 떠먹여줄 학원에 보내기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임시방편적 공부만으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입시를 잘 견뎌내기 위해서, 더 나아가 인생이라는 끝없는 시험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찾고, 그에 맞는 계획을 짤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계획을 실천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혼자서 통과하기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비슷한 고민을 해왔던 멘토들이 길을 밝혀준다면, 아이들은 느리지만 조금씩 스스로 발을 내딛을 용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혼자서 세상의 좁은 길을 걸어갈 지혜를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학생 옆에서 기다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기다리면서, 학생 스스로 목표와 학습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성취해나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처음엔 조금 더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멘토와 함께라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 졸업

상산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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